강원 철원 장터 상인 연합 항일 결의 (1935)— 장터에서 울려 퍼진 자존과 연대의 함성
강원 철원 장터 상인 연합 항일 결의 (1935)
— 장터에서 울려 퍼진 자존과 연대의 함성
1. 역사적 배경
1935년 강원도 철원은 당시 조선 북부와 내륙을 잇는 중요한 교역지 중 하나였습니다. 철원 장터는 매월 5일과 10일, 15일 등 정기적으로 5일장이 열렸으며, 강원 내륙뿐만 아니라 황해도·평안도 상인들도 드나드는 중요한 상업 중심지였습니다.
그러나 1930년대 중반, 일제는 조선의 농산물·수공업품 유통을 철저히 장악하기 위해 일본인 상인들의 독점 판매 구조를 강화했습니다.
일본 상인들은 식량·소금·비단·잡화·농기구 등 장터 필수품을 독점 공급했고, 이를 시가의 1.5배~2배 가격으로 판매했습니다. 반대로 조선인 상인들이 생산하거나 수집한 물품은 헐값에 강제로 매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인 상인들은 조선인 상인의 상점 위치와 장터 좌판 배치까지 통제하며, 유통권을 빼앗았습니다.
조선인 상인들은 점차 중간 상권에서 배제되어 생계가 위협받게 되었고, 장터 이용객인 농민과 서민들도 비싼 가격에 시달리며 고통받았습니다.
2. 사건의 발단
1935년 초, 철원 장터에서 일본 상인들이 쌀·소금 가격을 동시에 인상했습니다.
쌀은 한 가마당 8원에서 10원으로, 소금은 한 부대 80전에서 1원 20전으로 올랐습니다. 이는 농민과 서민 가계에 직격탄이었고, 조선인 상인들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주었습니다.
이에 철원 지역의 조선인 상인 대표 20여 명이 모여 비밀 회합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 일본 상인의 가격 조작 규탄
- 독점 판매에 대한 불매운동
- 조선인 상인들끼리의 거래 연대
등의 결의를 다졌습니다.
3. 결의의 형성
1935년 4월 10일, 철원 장날 아침, 조선인 상인들은 장터 입구에서 서로의 물건만 사고팔기로 약속했습니다.
또한 일본 상인이 운영하는 상점이나 좌판에는 발길을 끊었고, 장터 한복판에서 항일 구호를 외쳤습니다.
"조선 물건은 조선 사람이 사고, 일본 물건은 사지 말자!"
"우리 장터를 우리 손으로 지키자!"
이 구호는 장터 전체로 퍼져나갔고, 농민과 일반 장꾼들까지 동참하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항일 결의 집회로 변했습니다.
4. 일제 경찰의 개입과 탄압
일제 경찰은 즉각 장터로 출동해 상인 대표자 10여 명을 연행했습니다.
그들은 업무방해죄와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를 씌워 장기간 구금했으며, 일본 상인들과 거래를 거부한 상인들에게는 장터 출입을 금지하거나 상점 허가를 취소했습니다.
철원 장터는 일시적으로 침체했지만, 주민들은 일본 상인에 대한 불매 의지를 꺾지 않았습니다. 일부 상인은 자신의 집 마당이나 뒷골목에서 은밀히 물품을 거래했고, 다른 지역의 조선인 상인들이 물자를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5. 전국적 파급 효과
철원 장터의 항일 결의 소식은 강원도 인근 지역과 평안남도, 황해도 장터로 퍼져나갔습니다.
특히 원주, 춘천, 제천, 평양의 조선인 상인단체들은 일본 상인의 가격 담합에 맞서 유사한 불매운동과 거래 거부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인 상인 간의 연대 조직이 더욱 강화되었고, 이후 농민운동·노동운동과 결합하여 경제 항일 운동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6. 사건의 역사적 의의
강원 철원 장터 상인 연합 항일 결의 사건은 단순한 경제 갈등이 아니라, 경제 주권 수호와 민족 자존 회복을 위한 민중운동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의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 조선인 상인들의 경제적 연대
- 일본 상인의 독점을 끊고 조선인끼리의 경제 네트워크를 강화함.
- 민족운동과 생활운동의 결합
- 일상적 경제 활동이 곧 항일운동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줌.
- 지역에서 전국으로의 파급력
- 한 지역의 결의가 전국적 불매·거래 거부 운동으로 확산.
- 일제 경제정책의 모순 노출
- 식민지 경제 구조의 불공정성과 일본 상인의 횡포가 공론화됨.
7. 오늘날의 교훈
이 사건은 오늘날에도 공정 거래, 지역 경제 보호, 불매운동의 힘에 대한 교훈을 줍니다.
당시 상인들의 용기와 연대는 일제의 압박 속에서도 경제적 자립을 추구한 실천적 민족운동이었습니다.
역사는 증명합니다.
작은 장터에서 시작된 외침이, 결국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