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밤거리의 달콤한 금단의 맛

― 미군 코카콜라 밀수, 그리고 해방공간의 초상

1946년 여름, 해방된 경성(서울).
남대문시장 구석, 불빛 아래
“요즘 저기서 이상한 유리병을 팔더라”
누군가 수군거립니다.

“외국 글씨가 적혀 있는데
마셔보면 달고 시원하다더군.”
“미국 군인들이 마시는 코카콜라라는 거야!”

남루한 옷차림,
하지만 눈빛만은 반짝이는
젊은 장사꾼들이
쌓여 있는 나무상자에서
붉은 라벨이 붙은 코카콜라 병을
은밀히 꺼내 보입니다.

1945년 8월 해방 이후
경성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뒤엉킨 공간이었습니다.

도시엔
전쟁의 잔해와 해방의 들뜬 기운,
물자 부족과 시장의 혼란이
공존했습니다.

이 와중에
미군이 들여온 각종 물자
— 담배, 통조림, 초콜릿,
그리고 코카콜라 —
는
‘신세계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당시 코카콜라는
정식 유통도, 합법적 판매도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경성 장사꾼들과 암거래상들은

그 결과
경성 시내 곳곳,
특히 명동·남대문·을지로 골목에서는
은밀한 코카콜라 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코카콜라 한 병 가격은
쌀 한 됫박, 계란 10개,
양복 한 벌 값에 맞먹기도 했습니다.

“요즘 코카콜라 한 박스만 구해다 팔면
한 달 생활비는 걱정 없다더라.”

암거래는
시장 바닥, 여관방,
심지어 경성역 대합실까지
확산되었습니다.

때로는
미군 병사들이 직접
시장 골목에 나타나
코카콜라 한 박스를
슬그머니 흥정하는 모습도 포착되었습니다.

경성 사람들에게
코카콜라 한 모금은
그 자체로
미국과 자유,
‘신세계의 냄새’였던 것입니다.

해방공간의 혼란 속
경성 경찰과 미군정 당국은
암거래, 밀수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실상은
잡혀가도
“배급제·물자부족의 현실,
먹고 살기 위해서”라며
경찰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회색지대가 계속 존재했습니다.

이 무렵
코카콜라는
‘젊음의 상징’
‘신여성, 신세대의 필수품’
으로까지 자리 잡았습니다.

시장 상인들은
“코카콜라만 잘 팔면
오늘 저녁은 고기 반찬”
이라고 농담했고,

때론
가짜 코카콜라(사이다+간장)
짝퉁 병을 파는 사기꾼도 등장했습니다.

신문 기사엔

경성의 코카콜라 밀수는
단순한 암거래를 넘어서

이 모두가 어우러진
특별한 ‘도시의 자화상’이었습니다.

코카콜라 한 병을 사이에 두고
희망과 불안,
동경과 욕망,
억압과 자유가
뒤섞였던 그 밤의 경성.

지금은 너무나 흔한
탄산음료 한 병이
누군가에게는
자유와 꿈의 맛,
그리고 시대의 추억이었던 시절.

그 거리, 그 소리,
그 달콤한 맛을
우리는
오늘의 자유로운 삶 속에서도
기억해야 합니다.

“코카콜라 한 모금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건 우리 모두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목마름이었다.”

― 1946년 해방공간 구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