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심장에 새긴 용기― 1919년 소년의병 창설의 밤과 낮
어린 심장에 새긴 용기
― 1919년 소년의병 창설의 밤과 낮
“형들도 싸운다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 있니?”
1919년 봄, 전국의 동네 학교와 뒷산,
어린이들이 모인 골목길에는
기이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 동네에도 소년의병이 생겼다더라.”
“초등학교 6학년, 중학생들이 직접 깃발을 만들고
낮에는 수업을 듣고 밤이면 몰래 모여 독립 만세 연습을 한대.”
부모들은 걱정스레 속삭이고,
아이들은
“형들도 싸운다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 있어?”
웃으며 주먹을 불끈 쥡니다.
3·1운동의 열기, 아이들에게 번지다
1919년 3월 1일.
서울, 평양, 진주, 강릉, 인천, 군산, 대구, 함흥…
전국 곳곳에서
“대한독립 만세!”
외치는 물결이 일제히 터져 나왔습니다.
어른들뿐 아니라
학교에 다니던 소년·소녀들 역시
이 격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 수업이 끝난 뒤 교실에 모여
손수 만든 태극기를 펼치고 - 집집마다 몰래 돌아다니며
선언문을 돌리고 - 형들과 언니, 선생님의 독립운동 소식을
귀담아 듣던 아이들
이들에겐
조국의 미래와 자신의 꿈이
하나로 엮인 시기였습니다.
전국에 번진 ‘소년의병’ 조직
그해 봄,
진주에서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조직 이름을
‘진주 소년의병’이라 정하고
동네 뒷산에 모여 훈련을 했습니다.
- 경성(서울) 숭실보통학교,
- 평양 숭덕학교,
- 군산 신흥학교,
- 청주 보통학교,
- 강릉 강릉보통학교 등
여러 곳에서
10~20명 단위로
“소년의병대”, “소년광복단”,
“소년결사대” 같은 이름의
조직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어른이 된다.
나라가 없으면 학교도, 집도,
아무 소용 없으니
지금 우리가 시작해야 한다.”
― 소년의병 결의문 중
아이들만의 만세 준비, 밤의 비밀 모임
소년의병들은
수업이 끝난 저녁이나
어른들이 잠든 밤,
골목길, 마을 뒷산, 창고,
교회·서당·사찰 구석 등
남모르는 공간에서 모였습니다.
- 태극기를 직접 그려 옷 속에 숨기고
- 선언문을 베껴 적거나,
암호처럼 시를 만들어 외우고 - “순사 오면 태연하게 숙제하는 척”
연습까지 했습니다.
여름밤,
반딧불을 쫓으며
아이들은
“독립이 뭐냐, 의병이 뭐냐”
스스로 묻고
대답하며 꿈을 키웠습니다.
소년의병, 거리로 나오다
1919년 3~4월,
소년의병들은
실제 거리 만세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 평양에선 소년의병 40여 명이
만세 행렬 맨 앞에 서서 태극기를 흔들었고 - 군산·청주에선 초등생들이
자신이 쓴 격문을 시장에 붙였습니다. - 강릉에선 아이들이
“밤마다 조심해 태극기를 그린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한 아이는
“선생님이 잡혀갔다는 소식에
우리라도 학교를 지키자”며
친구들과 운동장에 모였습니다.
일제의 감시와 두려움, 그리고 또 다른 용기
일제 경찰과 순사들은
소년의병 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곧 알아차렸습니다.
- 학교에 순사를 배치해
아이들의 대화를 엿듣고 - 소년의병에 가입한 학생을
심문, 퇴학, 심지어 구금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학교에선
교장이나 선생님이
“만세를 외친 아이는 용서받지 못한다”고
협박했지만,
아이들은
몰래 다시 모여
“누가 잡혀가도
우리끼리 끝까지 지킨다”
굳게 약속했습니다.
“내 동생이 잡혀갔지만
남은 우리가 계속 태극기를 그렸다.”
― 군산 소년의병 회고
‘의병놀이’가 진짜 역사가 되다
어른들은 처음엔
아이들의 만세연습을
그저 ‘의병놀이’로 여겼지만,
점점 소년의병의
단결력과 용기,
정보전달 능력,
그리고 진심 어린 결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 한 마을의 경우
소년의병이 전해준 정보 덕에
순사 습격을 피하기도 했고, - 어떤 아이는
직접 쓴 시와 노래를
마을 사람들에게 전하며
민족의식을 일깨웠습니다.
신문·기록에 남은 소년의병
1920년대 신문·자료에는
‘소년의병대’,
‘어린이 만세운동 조직’
등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 “진주 보통학교생 14인
소년의병 결성, 시위 동참하다 체포” - “평양 소년결사대 만세 격문 유포”
- “강릉 등 전국서
소년의병 조직 20여 건 적발”
공식 기록에 남지 않은
수많은 작은 소년·소녀 의병대도
각지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했습니다.
학교, 골목, 산과 들의 작은 영웅들
이름도 얼굴도 남지 않은
수많은 아이들이
- 낮엔 수업을 듣고
- 밤엔 선언문을 베끼고
- 아침엔 친구 대신
순사에 잡혀가는 위험을 감수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가장 큰 꿈을,
가장 큰 두려움과 함께
살아낸 세대.
그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조국의 내일을 써내려갔습니다.
우리가 오늘 배워야 할 것
소년의병 창설은
역사책에선
몇 줄로만 소개되지만
그 한 줄 한 줄엔
- 어린 마음의 용기
- 가족과 학교, 마을을 지킨
숨은 영웅의 땀방울 - 그리고
“작은 사람도 큰 역사를 만든다”는
소중한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나는 의병이 되고 싶었다.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가 소중하다는 걸
몸으로 배웠다.”― 1970년대 소년의병 출신 구술
참고자료
- 독립기념관 ‘소년의병과 3·1운동’ 자료
- 1919~20년대 지역신문, 학교 기록
- 각지 학생·교사 구술, 가족 회고
- 서울역사편찬원 ‘근대 어린이운동사’
- 현대 항일운동사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