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형 암살 사건 (1947) – 해방 후 혼란기의 희생자, 민족의 양심이 쓰러진 날

“조선에는 좌도 없고 우도 없다. 오직 민족만이 있을 뿐이다.”

1947년 7월 19일, 조선의 정치 중심지였던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습니다.
총알은 대한민국의 분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한 지도자의 심장을 꿰뚫었습니다.
그는 조국을 위해 싸웠고, 분열된 민족을 통합하려 애썼으며, 끝내 그 의지를 꺾으려는 세력에 의해 쓰러졌습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여운형(呂運亨)**입니다.

1. 여운형은 누구인가?

여운형은 언론인, 독립운동가, 정치인으로서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조선의 근현대사 중심에 있었던 인물입니다.

1886년 경기도 양평에서 출생
일본 와세다대학교 유학 중 민족의식 고취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에 참여
1920년대 중반부터 좌·우를 아우르는 통일전선 운동 전개
1945년 해방 후 건국준비위원회(건준위) 조직
조선인민당 창립 및 좌우합작운동 주도

그는 좌익과 우익이 극심히 대립하던 시기, 유일하게 양측을 모두 설득할 수 있는 민족 지도자였습니다.

2. 해방과 혼란, 그리고 좌우 대립

1945년 해방 직후, 조선은 명확한 정부도, 질서도 없이 혼돈의 상태였습니다.
미군정(미국)과 소련군정(소련)이 각각 남북을 점령하면서, 조선은 사실상 분단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우익은 미국을 지지하며 단독정부 수립 추진
좌익은 소련을 등에 업고 사회주의 체제 모색
일본은 패전국이 되었지만, 그 잔재는 곳곳에 남아 영향력 행사 중

이러한 상황에서 여운형은 중도노선을 지향하며 ‘좌우합작’이라는 타협의 길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어느 한 진영에 치우치지 않고, 민족 단결과 독립국가 수립을 우선시한 것입니다.

3. 암살의 전조 – 권력투쟁과 미움의 표적

여운형은 해방 직후 **건국준비위원회(건준위)**를 조직하여 치안 유지와 행정 정비를 주도했고, 이는 미군정과 우익단체들의 불만을 샀습니다.

그의 활동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적들에게 위협이 되었습니다:

좌익 세력과도 대화가 가능한 유일한 우익 인물
미군정에 비판적인 입장
일제 협력자 처벌 및 친일청산 요구
단정 반대와 민족 통일정부 주장

우익 극단주의자들은 그를 **‘가짜 중도’, ‘좌익의 하수인’**이라 공격했고,
좌익 급진주의자들은 **‘미온적인 개량주의자’**라며 비판했습니다.
결국 그는 양쪽의 눈엣가시가 되었고, 암살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4. 1947년 7월 19일 – 비극의 날

그날, 여운형은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서 자동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괴한이 권총을 꺼내 그에게 두 발의 총탄을 발사합니다.
한 발은 어깨를 스쳤고, 다른 한 발은 심장을 관통했습니다.
그는 곧바로 사망하였고, 운전기사와 경호원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언론은 긴급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국민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우리 민족이 잃은 가장 큰 인물"이라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5. 암살 배후는 누구인가?

암살범은 ‘한지근’이라는 청년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는 조선청년단 소속으로, 여운형을 ‘공산주의자’로 오인하거나 일부러 매도하며 사살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범행이 아니었습니다.

미군정의 묵인 또는 방조 의혹
우익 테러조직과의 연계 가능성
당시 언론의 친우익 편향 보도
좌우합작 방해를 위한 계획된 정치테러

이러한 정황으로 인해 여운형 암살 사건은 정치적 암살, 나아가 분단의 시작점으로 평가됩니다.

6. 여운형의 죽음이 남긴 것

그가 죽은 후, 한반도는 빠르게 분단을 향해 달렸습니다.

1948년 남한 단독정부 수립(대한민국 수립)
이어진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선포
좌우합작은 좌절, 남북 간 적대적 대치 고조
한국전쟁(1950)으로 전면 전쟁 발발

그가 주장하던 하나의 민족, 하나의 정부, 하나의 독립국가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의 암살은 한 사람의 죽음 그 이상으로, 분단의 돌이킬 수 없는 전조였던 셈입니다.

7. 잊힌 이름, 되살아나는 평가

여운형은 한동안 역사의 무대에서 잊혀졌습니다.
우익 정권 아래에서는 '공산주의자와 협력한 인물'로 비판받았고,
좌익에서도 '우익 민족주의자'로 치부되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학계와 시민사회는 그를 재조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남북 화해의 상징적 인물
초당파적 민족주의자
조선 건국의 기틀을 설계한 지도자
비폭력·합리적 정치의 모델

그의 중도적 철학은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집니다.

8. 오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여운형

여운형의 삶은 대립과 분열의 시대 속에서 대화와 통합을 추구한 역사입니다.
그는 이념보다 민족을, 권력보다 양심을 중시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좌우로 나뉘고,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지만,
그가 꿈꾼 하나의 조선, 하나의 민족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그가 보여준 정신은 오늘날에도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신을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짜 독립국가에 다가가는 길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