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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 해주여자고등보통학교 수업거부 사건 (1938)일제강점기 여성 교육 현장에서 터져 나온 항일 목소리

skillplanner80 2025. 8. 11. 07:16

황해도 해주여자고등보통학교 수업거부 사건 (1938)

일제강점기 여성 교육 현장에서 터져 나온 항일 목소리


1. 사건 개요

1938년, 황해도 해주에 위치한 해주여자고등보통학교에서 발생한 ‘수업거부 사건’은
일제강점기 말기, 여성 학생들이 교육 현장에서 직접 항일 의지를 드러낸 중요한 사례입니다.
당시 일제는 중일전쟁(1937) 발발 이후 조선 내 황국신민화 정책을 한층 강화하며
모든 학교 교육을 철저히 ‘제국 충성’에 맞추어 개편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어 교육의 절대적 확대, 신사참배 의무화, 국체(國體) 교육 강화 등이
모든 학교에 강제로 시행되었습니다.

해주여자고등보통학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교과 과정은 조선 역사와 문학을 철저히 축소하고, 대신 일본 천황 중심의 ‘국민과’ 과목이 대폭 확대되었습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일본어 외의 언어 사용을 금지했고, 조선의 문화와 전통은 ‘미개’하다는 왜곡된 교육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분노한 학생들이 단체로 수업을 거부하며 저항에 나선 것이 바로 이번 사건의 시작입니다.

황해도 해주여자고등보통학교 수업거부 사건 (1938)

 


2. 시대적 배경

1938년은 일제의 식민통치가 무력과 사상 통제를 동시에 극대화하던 시기입니다.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직후 조선총독부는 ‘황국신민서사(誓詞)’ 암송과 신사참배를
모든 학생과 교사에게 의무화했고, 조선인 학교의 자율권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 시기 교육 정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일본어 절대화
    • 교내 모든 대화와 필기는 일본어로만 허용.
    • 조선어 과목 축소 및 폐지.
  2. 황국신민화 교육
    •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는 사상 주입.
    • 군사훈련 과목 확대.
  3. 전시 동원 체제
    • 학생들을 군수공장, 농촌, 군부대 등에 강제로 동원.
    • 여성 학생들도 군수품 제작이나 위문품 포장 등에 참여.

해주여자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의 수업거부는 단순한 학업 중단이 아니라,
이러한 총체적 식민지 교육 체제에 대한 공개적 항거였습니다.


3. 사건 전개 과정

  • 1938년 봄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일본인 교장은 일본어 상용화와 황국신민서사 암송을 매일 아침 의무화했습니다.
    특히 ‘조선 역사’ 과목을 완전히 폐지하고, 그 시간을 ‘국민과’와 ‘일본사’로 대체하겠다는 공지가 내려졌습니다.
  • 학생들의 반발
    고학년 학생들을 중심으로 “조선 사람인데 조선말과 역사를 배우지 못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불만이 퍼졌습니다.
    기숙사에 거주하던 일부 학생들은 야간에 모여 비밀리에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 수업거부 선언
    5월 초, 전교생 약 300명 중 절반 이상이 아침조회 이후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운동장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조선어와 역사 교육 복원’, ‘신사참배 강요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 학교 측 대응
    일본인 교장과 교사들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일본 경찰과 헌병이 학교에 출동했습니다.
    주동 학생 20여 명이 연행되었고, 일부는 가혹한 심문을 받았습니다.
  • 결과
    학교는 ‘소요를 일으킨 불량 학생’이라는 명목으로 주동자 대부분을 퇴학 조치했습니다.
    남은 학생들도 가혹한 감시 속에 생활해야 했으며, 사건은 조선총독부 교육국의 비밀 보고서에 기록되었습니다.

4. 의미와 영향

해주여자고등보통학교 수업거부 사건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1. 여성 학생들의 집단적 항일 운동
    • 당시는 남학생 중심의 항일운동 기록이 많았으나, 여성 학생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사례는 드물었습니다.
  2. 식민지 교육 체제에 대한 직접 거부
    • 단순 시위가 아니라 교육 현장의 핵심 내용(언어·역사·문화)에 대한 저항이었음.
  3. 지역사회 파장
    • 해주 지역 주민들 사이에 ‘우리 아이들이 용감하다’는 자부심을 심어줌.
    • 일부 졸업생들은 훗날 독립운동 단체나 교육계에서 활약.

5. 사건이 남긴 교훈

  • 식민지 권력은 교육을 통해 지배를 영속화하려 하지만, 교육받는 이들이 이를 거부할 때 저항의 불씨가 커집니다.
  • 여성의 목소리가 집단적으로 터져나온 이 사건은 ‘남성 중심 독립운동사’의 빈 공간을 메우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 오늘날 우리는 언어와 문화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6. 결론

해주여자고등보통학교 수업거부 사건은 일제강점기 말기, 극심한 동화 정책 속에서도
조선인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항일의 목소리를 낸 대표적 사례입니다.
비록 직접적인 교육 복원 성과를 얻지 못했더라도, 이들의 용기와 단결은 이후
다른 지역 여성 학교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해방 이후 여성 교육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