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82

경성을 휩쓴 죽음의 파도-1920년대 콜레라 대폭발과 식민지의 민중 경성을 휩쓴 죽음의 파도1920년대 콜레라 대폭발과 식민지의 민중“저 집도, 이 집도… 콜레라가 또 한 명을 데려갔다더라”1920년대 중반, 경성(서울) 성곽 안.고요한 밤, 어느 골목에선 또다시 초상이 치러집니다.“어제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오늘 아침이면…”속절없이 퍼지는 전염병 소문에사람들은 문을 꼭 닫고,가족끼리 모여불안한 밤을 보냅니다.하지만 그 불안도곧 일상이 되었습니다.죽음이 밀려온 도시, 경성1920년대 경성은수많은 조선인과 일본인,시장, 전차, 공장, 신문사, 학교가 모여조선의 새로운 중심처럼 보이던 곳이었습니다.그러나 급격한 인구 증가와식민지 도시화의 그림자 속에상하수도, 위생, 공중보건 시스템은터무니없이 낙후되어 있었습니다.그리고 어느 여름,불길한 소문이 번졌습니다.“콜레라가 터졌다.”.. 2025. 7. 24.
잊혀진 땅의 눈물 ― 고려인 강제 이주, 그들의 1937년 잊혀진 땅의 눈물 ― 고려인 강제 이주, 그들의 1937년“연해주를 떠나야 한다는 소식이 퍼진 날, 마을 전체가 숨죽였다.”1937년 늦여름, 러시아 연해주 바닷가 작은 마을.밭일을 하던 한인 가족들이 마을 어귀로 몰려나옵니다.“사람을 태울 열차가 내일 도착한다더라.”“그 먼 곳을, 왜 우리가 가야 하오?”수군거림이 커지지만,누구도 제대로 설명해주는 이는 없었습니다.이날, 수십만 명의 한인들이갑작스레 ‘국가의 명령’ 아래,이 땅을 떠날 준비를 강요받았습니다.고려인 강제 이주의 시작이었습니다. 연해주, 조선인 이주민들의 뿌리 내린 땅19세기 말,많은 조선인들은 가난과 착취, 전쟁의 그림자를 피해두만강을 건너 연해주로 이주했습니다.이곳은 새로운 시작의 땅이자희망의 땅이기도 했습니다.농사를 짓고, 학교와 마을.. 2025. 7. 23.
서울 신촌, 비밀 지하실에서 타오른 항일의 불씨― 평범한 골목, 숨겨진 민족운동의 심장 서울 신촌, 비밀 지하실에서 타오른 항일의 불씨― 평범한 골목, 숨겨진 민족운동의 심장“오늘 밤, 다시 그 지하실로 모입니다.”1930년대 서울 신촌,골목 끝 허름한 주택 뒤편,밤마다 인기척이 드리워집니다.“형제여, 신호를 확인하시오.”나지막한 암구호가 오가면,누군가 조심스레 부엌 구석 장판을 들춰비밀스러운 통로로 들어갑니다.그곳, 아무도 모르는 지하의 작은 공간에서조용히, 그리고 뜨겁게 조선의 내일을 꿈꾸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신촌의 비밀 지하실, 어떻게 만들어졌나서울 신촌은 그 시절에도 이미젊은 대학생과 지식인, 신문사·교회·상점이 어우러진변두리 같으면서도 역동적인 곳이었습니다.그러나 일제의 감시와 탄압은그 생동감마저 눌러버리려 했습니다.1920년대 후반부터,일제는 대규모 .. 2025. 7. 23.
쌀 한 톨에 담긴 항일의식잊힌 민중의 저항, 쌀 방매운동 이야기 쌀 한 톨에 담긴 항일의식잊힌 민중의 저항, 쌀 방매운동 이야기“이 쌀은 우리 것, 절대 팔지 마라”1930년대, 한 시골 마을 저녁.할머니는 장독대 밑에 쌀자루를 숨깁니다.“우리도 배고픈데, 왜 쌀을 내놓지 않느냐”는 아이의 물음에할머니는 낮게 대답합니다.“이 쌀까지 빼앗기면, 우리 조선 사람은 다 굶어 죽고 말아.”이 한마디에서 시작된 행동이, 전국적으로 번졌습니다.이것이 바로 쌀 방매운동의 시작입니다.쌀, 조선 민중의 마지막 자존심쌀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었습니다.가난한 삶의 유일한 위안이었고,한 집안의 땀과 희망,그리고 민족의 정체성이 깃든 상징이었습니다.그러나 일제 강점기,특히 1920년대 ‘산미증식계획’ 이후조선의 쌀은 본토로 무차별 반출되었습니다.조선 농민들은 힘겹게 수확한 쌀을 헐값에 일본.. 2025.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