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활자, 조선의 목소리
― 불온서적 몰래 인쇄사건의 비밀과 열정
“이 밤, 글자 한 줄이 세상을 바꾼다”
1934년, 경성 종로 어귀 허름한 인쇄소 뒷방.
젊은 청년 김동민(가명)이
활판 인쇄기 옆에서 땀을 훔치며 속삭인다.
“오늘밤도 들킬까 두렵지만,
이 한 권이 누군가의 희망이 될 거야.”
곁에서 지켜보던 인쇄소 주인 송노인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 활자가 살아서 돌아가야
우리 민족의 내일이 있다.”
두 사람은
일제에 금지된 불온서적,
즉 민족의식·독립·계몽·사회개혁 사상이 담긴
책과 소책자를
밤마다 몰래 인쇄해왔다.
일제의 검열, ‘생각하는 책’을 금지하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부산·대구 등 전국 곳곳에는
인쇄소가 늘었지만
그곳에선 함부로
‘아무 책’이나 찍어낼 수 없었다.
- 모든 서적은 ‘출판허가’를 받아야 하고
- 출판·인쇄·판매에는
경찰과 헌병의 감시가 늘 따라붙었다.
특히
- 항일, 민족주의, 사회주의,
신여성, 계몽사상 등이 담긴
서적·신문·소책자·전단은
‘불온서적’으로 낙인 - 적발 즉시
인쇄소 폐쇄,
관계자 체포,
모든 책 압수·폐기
“그래도 우리는 찍어야 한다”
하지만
생각하는 민중,
진실을 알리려는 청년과 지식인,
목숨을 건 인쇄인들은
매일 밤
불온서적 인쇄를 멈추지 않았다.
- 독립운동가의 자서전
- 조선어 문학집,
- 노동·농민 계몽서,
- 해외 혁명서적 번역본,
- 금서로 지정된 동화책,
- 심지어 ‘조선어 사전’마저
인쇄가 금지된 적이 있었다.
그래도
책은 멈추지 않고
비밀리에
종이와 활자가
경성의 지하, 부산의 다락방,
대구의 시장골목 뒷방에서
생명을 얻었다.
비밀 인쇄소의 밤
경성 서대문,
송노인의 인쇄소에는
하루에도 여러 번
수상한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 낮에는 평범한 간판,
밤이 되면
창문마다 이불로 빛을 가리고
소음기름을 듬뿍 바른 인쇄기가
조심스럽게 돌아갔다.
활자 조각을 조립하는 손끝,
종이를 눌러 찍는 굵은 팔뚝,
빨간 잉크 묻은 앞치마.
“적발되면 모두 끝장입니다.”
청년 김동민은
조마조마하면서도
책이 찍혀 나올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 불온서적 100부,
- 각 권은 세 번에 나눠 찍고
- 인쇄 뒤엔
불필요한 판자, 폐지,
잉크통은 모두 태워버림
몰래 유통, 지하의 독서 모임
인쇄된 책은
- 감시가 심한 큰 서점 대신
- 평범한 구멍가게,
- 떡집,
- 이발소,
- 교회나 절의 창고,
- 학교 선생님의 책상서랍 등
예상치 못한 곳에 숨겨졌다.
책을 읽고 싶은 청년,
학생,
여성 모임,
노동자들은
암호를 정해
- “한봉지 주세요”
- “지난번 그 검은책”
같은 말로
책을 전달받았다.
밤이 되면
- 작은 다락방,
- 교회 뒷방,
- 담벼락 아래
비밀 독서모임이 열렸다.
일제의 감시와 압수, 그리고 용기
경성 종로서, 부산 경찰서는
수시로
‘불온서적 유포 단속반’을 편성했다.
- 인쇄소를 급습,
- 책과 문서를 하나하나 뒤져
- 잉크 묻은 손을 가진 이들을
모두 불러 조사했다.
발각된 인쇄공은
- “나는 모른다”
- “남이 시켜서 했다”
며 버티다가도
일부는 - 고문과 협박에
모든 걸 털어놓고 말았다.
그래도
진짜 중심인물,
책을 퍼뜨린 이들,
더 많은 인쇄소들은
숨어서 다시 시작했다.
“글자가 살아 움직이도록”
가장 중요한 건
‘내용’을 죽이지 않는 것.
- 표지는 평범한 소설이나 교재처럼 위장
- 본문엔
“나라를 되찾자”
“조선인도 인간이다”
“여성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동지여, 연대하라”
같은 문장이 살아 움직였다.
읽은 책은
곧장 태우거나 묻고,
때로는
종이 하나를 찢어
몇 명이 나눠 읽고
암기해서
‘입으로 전하는 책’이 되기도 했다.
실제 사례와 신문 보도
1936년 5월,
<매일신보>에는
“경성 종로 인쇄소 불온서적 인쇄 적발”
“책 2,000부 압수, 주인·인쇄공 구속”
같은 기사가 실렸다.
- 압수된 책에는
‘청년과 독립’,
‘여성의 권리’,
‘조선 신문학’
등이 포함
동아일보, 조선일보에는
“불온전단 전국 유포”
“부산 대교동 인쇄소 폐쇄”
같은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신문 뒤켠,
민중의 입소문으로
“벌써 새 책이 다시 돌고 있다”
“이번엔 더 작은 글씨로 나왔다”
소문이 돌았다.
독립운동가와 지식인의 연대
이 비밀 인쇄운동엔
- 독립운동가,
- 문인·시인,
- 학생,
- 여성운동가,
- 교육자,
- 종교인
등 다양한 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인쇄된 불온서적 일부는
- 상해 임시정부,
- 만주 독립군 거점,
- 일본 유학생
에게도 비밀리에 전달되었다.
인쇄공들의 자부심과 희생
어떤 인쇄공은
“내 손으로 찍어낸 책이
조선의 내일을 바꿀 거라 믿었다”고
구술했다.
적발되어
수개월·수년형을 살거나
고문에 희생된 이도 많았으나,
그들은
- 책과 글이
살아 돌아다닌다는 사실에
끝없는 자부심을 가졌다.
광복 이후, 지하서적의 힘
광복 후
이 몰래 찍힌 책,
지하에서 돌던 소책자와 전단들은
- 해방 공간의 언론과 출판,
- 민족교육과 여성계몽운동,
- 새로운 사회운동
의 토대가 되었다.
수많은 이름 없는 인쇄공,
젊은 학생,
책을 전달한 여성과 농민,
모두가
‘책의 독립운동가’였다.
오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한밤의 인쇄기 돌아가는 소리,
숨죽인 손끝에 찍혀 나온 종이 한 장,
살아있는 글자 하나에
조선 민중의 희망과 저항,
배움의 열망,
연대와 용기가 깃들어 있었습니다.
오늘도
자유로운 출판과 언론,
진실을 나눌 수 있는 이 순간을
그 밤의 인쇄공과 독자들 덕분에
누리고 있다는 것.
“책은 밤을 걷는다.
활자는 검은 어둠을 뚫고
다시 사람의 입과 눈에
불을 밝힌다.”
― 불온서적 인쇄공 구술
참고자료
- 경성·부산 인쇄소 역사자료
- 1930~40년대 신문 기사
- 독립기념관 구술, 가족 증언
- 해방 후 출판사·운동가 기록
- 문학·여성·교육운동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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