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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근대사82

신간회 해소 사건 (1931) — 해체된 희망, 무너진 연대의 기록 🏛️ 신간회 해소 사건 (1931) — 해체된 희망, 무너진 연대의 기록1. 서론 – 희망이었던 신간회, 왜 스스로 해산했는가?1927년 창립된 신간회(新幹會)는 일제강점기 조선 사회에서 유일하게 전국 단위로 합법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항일 민족운동 단체였다.그러나 그 신간회가 불과 4년 만인 1931년, 자체 총회를 통해 해산을 결의한다.이는 단순한 조직 정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당대 조선 민족운동의 좌우 갈등, 일제의 탄압, 내부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건이다.신간회의 해소는 단순히 하나의 조직 해산을 넘어서,1930년대 조선 항일운동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전환점이었다.이번 글에서는 신간회의 성립부터 해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며,이 사건이 한국 근현대사에 갖는 함의.. 2025. 7. 30.
원산 총파업(1929) — 바다 건너 북방에서 시작된 민중 연대의 불꽃 원산 총파업(1929) — 바다 건너 북방에서 시작된 민중 연대의 불꽃서두 — 바닷가 공업도시 원산에서 울려 퍼진 민중의 함성일제강점기 조선은 단지 식민지로서 착취당한 땅만은 아니었다. 그 안에서는 수많은 이름 없는 민중들이 제도와 권력, 억압과 착취에 맞서 싸우고 있었다. 그런 싸움 가운데에서도 1929년 원산 총파업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그것은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를 넘어선 노동자, 학생, 종교인, 여성까지 아우르는 연대의 항일운동이었다. 지금 우리가 살펴보려는 이 사건은 조선 민중 항쟁사에 있어 실질적이고도 전략적인 '합법적 저항의 정점'이었으며, 전국적 민중 연대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1. 원산이라는 도시의 시대적 배경함경남도 원산은 조선 동해안의 중심 도시였다. 일제는 원산을 항만·공업·물류.. 2025. 7. 29.
쇠창살 너머, 조국을 향한 탈출― 서대문형무소 비밀 탈옥 사건 쇠창살 너머, 조국을 향한 탈출― 서대문형무소 비밀 탈옥 사건“이 밤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싸운다”1935년 겨울, 서대문형무소.차가운 바람이 드는 창살 사이로독립운동가 김재만(가명)은살금살금 옆 감방의 동지에게 쪽지를 건넸다.“오늘 밤, 계획대로.문틈 아래에 실을 남겨둘게.”동지 이병희(가명)는손끝으로 쪽지를 움켜쥐며가늘게 웃었다.“이 감옥을 나가다시 조선을 위해 싸울 거야.”철통같던 서대문형무소의 하루일제는 서대문형무소를‘조선 독립운동 탄압의 상징’으로 만들고자3중 담장,24시간 교대 일본 순사,감방마다 이중 잠금,쥐새끼도 통과 못 할 감시를 자랑했다.수감자는 하루 세 번 점호,식사 시간마다 몸수색,면회는 유리창 너머 3분,모든 편지와 쪽지는 일본어로만.하지만옥중에서도 독립운동가들은쪽지 교환,수수께.. 2025. 7. 29.
교실에 핀 저항의 옷고름― 이화학당 학생들의 ‘한복 입기’ 투쟁 교실에 핀 저항의 옷고름― 이화학당 학생들의 ‘한복 입기’ 투쟁“선생님, 저희는 오늘도 한복입니다”1938년 늦봄, 서울 정동길.아침 햇살에 은은하게 빛나는 이화학당 교정.갓 꽃핀 철쭉 옆을흰 저고리, 분홍 치마,곱게 단 한복 차림의 여학생들이뭉클한 얼굴로 들어섭니다.“하루 이틀이 아니에요.교장실 앞에 일본 순사가 늘 서 있다니까요.”“그래도 한복은 벗지 않아요.우리 옷이잖아요!”선배들의 의연한 말에신입생들도꼬옥 저고리 끈을 조입니다.일제, ‘조선의 옷’을 금하다1930년대,일제강점기 정책은 점점 더 노골적이었습니다.학교에 ‘일본식 교복’ 착용을 의무화조선의 한복, 장옷, 두루마기, 고무신까지“미개하다”, “야만적”이라고 매도등교길, 교문, 심지어 교실에서복장 검열이 이루어짐이화학당을 비롯한서울·경성의 .. 2025. 7. 29.
사랑마저 검열당한 거리― 명동 청년들의 연애편지 검열사건 사랑마저 검열당한 거리― 명동 청년들의 연애편지 검열사건“네가 준 편지, 이제 안전하지 않아”1937년 늦가을, 명동의 어느 골목.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아래청년 박윤석(가명)은여자친구가 건네준 작은 봉투를 들고한참 동안 서 있었습니다.“윤석 씨,혹시 이 편지도누가 볼까 무섭지 않아요?”그녀의 말에윤석은 미소를 지으면서도가슴 한구석이 싸늘하게 식어갔습니다.일제의 ‘편지 검열’은 어떻게 시작됐나1930년대 중반,일제는 점점 더 강압적으로조선인의 모든 일상을 통제했습니다.‘불온사상’의 단속을 명분으로모든 우편물과 전보, 심지어 연애편지까지경찰과 헌병의 검열 대상이 되었습니다.경성, 명동 우체국 뒷방에는경찰관과 일본인 우편 담당자가두꺼운 우편자루를 뒤적이며서류칼로 봉투를 조심스레 뜯는 광경이매일 이어졌습니다.‘.. 2025. 7. 28.
밤의 활자, 조선의 목소리― 불온서적 몰래 인쇄사건의 비밀과 열정 밤의 활자, 조선의 목소리― 불온서적 몰래 인쇄사건의 비밀과 열정“이 밤, 글자 한 줄이 세상을 바꾼다”1934년, 경성 종로 어귀 허름한 인쇄소 뒷방.젊은 청년 김동민(가명)이활판 인쇄기 옆에서 땀을 훔치며 속삭인다.“오늘밤도 들킬까 두렵지만,이 한 권이 누군가의 희망이 될 거야.”곁에서 지켜보던 인쇄소 주인 송노인도고개를 끄덕인다.“이 활자가 살아서 돌아가야우리 민족의 내일이 있다.”두 사람은일제에 금지된 불온서적,즉 민족의식·독립·계몽·사회개혁 사상이 담긴책과 소책자를밤마다 몰래 인쇄해왔다.일제의 검열, ‘생각하는 책’을 금지하다1930년대 일제강점기,경성·부산·대구 등 전국 곳곳에는인쇄소가 늘었지만그곳에선 함부로‘아무 책’이나 찍어낼 수 없었다.모든 서적은 ‘출판허가’를 받아야 하고출판·인쇄·판매.. 2025. 7. 28.